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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근본적인 두피 관리를 도와줄 헤드 스파 6> 리트릿 시그니엘

르노벨관리자
2024-03-27
조회수 246

인체의 최상부에 위치하며 머리를 덮고 있는 제2의 피부. 안티에이징의 시초이자 근본인 두피 관리의 효율을 높여줄 헤드 스파 6. 

HOLISTIC APPROACH

고백하건대 헤드 스파는 사치라고 여겼습니다. 저에게 스파란 곧 보디 마사지뿐이었어요. 딱딱하게 뭉친 몸을 풀어내는 게 급선무였죠. 욕심 좀 낸다면 페이셜 스파였고요. 과격하게 말해 기껏해야 머리만 누르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까 싶었습니다. 탈모를 비롯한 헤어 고민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지만 풍성한 숱과 억센 머릿결을 지닌 제가 솔깃할 포인트는 아니었죠.

리트릿 시그니엘(Retreat Signiel) 스파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이유입니다. 두피 케어뿐 아니라 내면의 스트레스까지 해소하는 ‘홀리스틱 케어(Holistic Care)’를 지향하는 곳이라니, 헤드 스파에 정통하진 못했지만 스트레스라면 자신 있었습니다. 의심은 조금씩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 86층에 자리한 이곳에 가는 길부터였죠. 거대한 탑 위에 숨겨진 공간을 찾아가는 듯했거든요.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단독주택을 개조하거나 호텔 지하에 위치한 여타 스파에 갈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한 층수에 비해 호젓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도 한몫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융숭한 환대는 제 어깨를 괜히 으쓱하게 했죠. 트리트먼트 룸을 열자마자 큼직한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반전처럼 저를 맞이했습니다. 장난감처럼 작아진 도시 풍경을 감상하며 가운으로 갈아입었죠.

프로그램은 아로마 오일과 함께 두피 유형에 맞는 케어를 제공하는 ‘르노벨 스컬프 트리트먼트 II’였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오일은 임산부나 영유아도 사용 가능한 스위스 아로마 브랜드, ‘르노벨’의 제품이죠. 룸은 블라인드와 어둑한 조명으로 다시 아늑해졌고, 테라피스트는 따뜻한 베드에 누운 제 머리를 곱게 빗어 책장처럼 하나하나 넘겨보기 시작했어요. 60분에 걸쳐 진행될 테라피에 앞서 두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빗질의 나른함과 왠지 모를 긴장감이 뒤얽히더군요. 증상은 두피 측두와 후두부에 열감과 붉음증이었어요. 전형적인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습니다. 목과 어깨는 미디어 증후군으로 경직된 상태였고요. 두피가 신경계, 순환계와 깊이 얽힌 부위라는 건 귀동냥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뚜렷한 증상이 머리카락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의심이 민망할 정도로 헤드 스파의 매력에 홀랑 넘어가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물과 영양제도 비옥한 토양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각종 뷰티 프로그램이 물과 영양제라면 리트릿 시그니엘 스파는 그 토양을 가꾸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증상뿐 아니라 더 근원적인 스트레스도 보살펴주었거든요. 아주 감각적으로요. 우선 코끝으로 데아롬 슈프렘 블루의 향을 호흡하며 몸의 긴장을 내려놓았어요. 이어진 릴랙싱 단계에서는 각각 붉음증과 열감 완화에 도움이 되는 데아롬 슈프렘 블루와 데아롬 슈프렘 로즈를 사용했습니다. 테라피스트는 두 가지 오일을 두피에 구석구석 꼼꼼히 바른 뒤 마사지를 시작했죠. 물과 샴푸가 아닌 아로마 오일로 온 머리를 적신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마 위에서 풍겨오는 진정의 냄새, 두피의 촉촉한 촉감, 한 번도 의식한 적 없는 곳을 일깨우는 꼿꼿한 손길,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홀리스틱 케어’의 신성함은 뒤이은 스케일링 단계에서 느꼈어요. 젤 메어 미네랄, 아쿠아롬 그레이 플라워, 아쿠아롬 바이올렛 플라워 오일을 사용했는데요. 릴랙싱 단계에서의 느긋함은 곧 상쾌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야무진 손길은 뇌에 치석처럼 끼어 있던 고민까지 씻어내는 듯했죠. 휠레 엑설렁스 오일로 곁들인 목, 어깨 마사지는 수능 족보처럼 핵심만 콕콕 짚어냈고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뜻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진행된 샴푸는 테라피만큼 만족스러웠어요. 물 온도가 괜찮으냐는 질문에 한껏 아련해진 표정으로 ‘무릉도원이에요…’라고 답하고 싶은 산뜻함이었죠.

모든 과정이 끝난 뒤 트리트먼트 룸에서 여유롭게 머리를 말렸어요. 한층 맑아진 거울 속 안색과 아까보다 선명해진 전경을 번갈아 감상하면서요. 머리에 개 한 마리를 얹고 다니는 듯했던 묵직함은 가셨습니다. 무엇보다, 온몸을 내맡겨야 하는 전신 마사지에 비해 부담 없이 개운했죠. 테라피스트가 제공한 감잎차로 남은 여운까지 만끽한 후에야 길을 나섰습니다. 바깥의 찬 공기가 뇌까지 깨끗해진 머리를 통과하자 아차 싶더군요. 이제 헤드 스파가 필요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가 외로웠다는 걸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달콤함이었죠. 이소미 <보그> 웹 에디터


<보그 코리아> 뷰티 트렌드 / 2024.03.23 / by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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